문자폭탄 보내고 핸드폰 매달아 몰카찍고...‘노인 스토커’ 한달에 100명 꼴

작년 스토킹 피의자 12%가 60대 이상
‘구애 들어주지 않는다’ 흉기로 살해까지
“노인층 ‘내가 옳다’ 확고함에 스토킹까지”

▲ 14세 트로트 가수 오유진. 오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을 스토킹한 60대 남성을 고소했다. 그 남성은 수개월 전부터 오유진이 재학 중인 학교와 행사장에 찾아오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 오유진 가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오씨의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토탈셋]
국내에서 60대 이상 노년층 스토킹 범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 9999명 중 60대 이상 피의자는 1242명에 달한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건수의 12.4%이다. 월평균 103명의 피의자가 검거된 셈이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도 늘어난 수치다. 경찰은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부터 스토킹 범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약 두 달간 검거한 60대 이상 스토킹 피의자 수는 총 100명으로 월평균 50명이 검거됐다.


노년 스토킹의 양상은 다양하고 흉포하다. 지난 13일 노원구 수락산의 한 사찰에서 스토킹 끝에 60대 여성을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남성은 한 달간 여성에게 구애를 했지만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여성의 일터인 사찰로 찾아가 여성의 머리를 수차례 둔기로 내리치고 흉기로 복부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남성은 1심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과 함께 전자발찌 10년 부착,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스토킹 가해자가 60대지만 피해자가 훨씬 어린 경우도 존재했다. 지난 9월 구미경찰서는 20대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했다. 남성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에게 5월부터 스토킹성 문자메시지 96건을 보내고 7월에는 휴대전화에 줄을 매달아 여성의 집 내부를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남성은 경찰을 사칭하며 여성 집에 찾아가 “경찰이니 문을 열어달라”고 얘기했다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자 달아났다.


전문가는 노년층의 스토킹 범죄에 대해 ‘경험에 의한 확고함’이라 풀이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노인들 같은 경우 경험칙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한 확신이 강한 편이며 이를 요구하는 성향이 짙다”라며 “자기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상대방에게 집요하게 요구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교수는 “이를 스토킹 행위에 적용해보자면 한 번 꽂히면 자기 생각에 갇혀서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노년층 스토킹 범죄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특정 연령에 집중해서 스토킹 범죄가 발생한다는 생각 자체가 일종의 편견이자 우리 사회가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며 “중장년, 노년층 또한 스토킹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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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