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먹는 약' 잇따른 품질 논란…식약처 "문제 이어지면 전수 조사" 예고

감기약 이어 지사제까지 논란
오유경 "식약처 선제조사에서 발견"
식약처 "조사 넘어 품질 개선 노력"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식약처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복약 편의성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짜 먹는 약'으로 불리는 포(包) 타입 의약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강도 조사를 통한 경각심 환기에 나섰다. 식약처가 선제적 조사를 통해 지사제 품질 문제를 밝혀낸 데 이어 계속해서 문제가 불거진다면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는 고강도 대책도 선언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2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식약처가 안전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거나 주의해야 할 것 같은 제형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그러면서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최근 들어 포 타입 약 위주로 품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최근 대원제약이 생산하는 짜 먹는 지사제 포타겔(성분명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에 대해 미생물 한도 초과에 따른 품질 부적합 우려로 제조번호 '23084' 제품에 대한 회수를 지시했다. 이어 대원제약은 해당 제조번호와 비슷한 시기 생산된 제조번호 제품 30종에 대한 자발적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게다가 포 타입 의약품이 문제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 펜시럽', 동아제약의 '챔프시럽'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어린이 감기약 2종이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대원제약은 불과 반년여 만에 재차 품질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당시 콜대원 키즈는 약 성분과 시럽 첨가제가 따로 뭉쳐지는 '상분리' 현상이 문제가 됐고, 챔프시럽은 갈변 현상이 나타났다는 소비자 민원에 이어 허용 수준을 넘어선 효모·곰팡이 등의 '진균'이 검출되면서 회수 조치가 이뤄졌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실제 소비자에게 위해를 끼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대원제약은 첨가제 분량 등을 변경해 상분리 없는 제품을 재출시했고, 동아제약 역시 보존제 및 열처리 공정 추가·감미제 변경 등의 품질 개선 절차를 거쳐 재생산에 나선 상태다.


식약처는 이번 포타겔 사례에 대해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제적 조치가 이뤄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포 형태 감기약이 유독 문제가 많아 식약처가 여러 카테고리로 조사를 했다"며 "포타겔이 우리 조사에서 발견돼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석연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위해도를 평가해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이는 제품을 위주로 수거 검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식약처는 조사를 통한 단속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품질 개선을 이끌겠다고도 강조했다. 강석연 국장은 "우수 의약품 제조 및 관리 기준(GMP)과 관련해 여러 교육, 지도·감독을 통해 우수한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업그레이드된 GMP인 '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QbD)'가 자리 잡아 GMP와 관련한 실수 등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타겔이 지사제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 온 베스트셀러인 만큼 이번 논란으로 반사 효과를 누리는 업체들도 나올 전망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포타겔과 동일 성분인 '스멕타'를 통해 연간 100억원대의 원외처방으로 지사제 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2021년 원개발사로부터 핵심 성분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스멕타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후 포타겔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이에 대웅제약은 같은 성분의 '스타빅'을 다시 내놓으며 점유율 회복에 나섰지만 아직 과거의 영광을 되찾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포타겔이 다음 달 중순께부터 공급을 재개할 예정인 만큼 이 공백을 통해 스타빅의 점유율 만회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