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적 교전중단을” 이 “인질 석방없는 하마스와 휴전 거부”

양국, 가자 지상전 등 싸고 분열 양상
[중동전쟁 한 달]
블링컨 “소형폭탄 사용” 요구에
네타냐후 “先 인질 석방” 선그어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자 제거할 것”… 헤즈볼라 “이스라엘과 전면전 가능”

▲ 3일 (현지 시간) 가자 지구 내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한 병원 앞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구급차를 지켜보고 있다. 구급차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난민촌에 이어 구급차까지 공격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줄곧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며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에도 한목소리를 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한 달을 맞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명에 육박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소형폭탄 사용 등 민간인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가자지구를 직접 방문해 지상전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마스 또한 이란과 수시로 전황을 논의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났다.

◇美 “교전 일시 중단” vs 네타냐후 거부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주민의 대피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요 고속도로의 통행을 허용한 조치 등을 거론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하루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현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인도적 교전 중단을 거듭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소형폭탄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부터 가자지구 내 자발리야 난민촌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1t가량의 항공 폭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실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한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 휴전안은 거부한다”며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일시적 휴전(ceasefire)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 또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으로, 인질 석방이나 민간인 대피 지역에서만 일시적으로 공격을 멈추는 일시적 교전 중단(pause)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나온 것이라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퇴짜를 놨다”고 평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또한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쟁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고위 간부 예히야 신와르를 찾아내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전의를 드러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이 신와르에게 먼저 도달한다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며 신와르 색출에 가자 주민 또한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헤즈볼라 “모든 선택지 고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3일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에서 “모든 선택지가 고려 대상이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실현할 수 있다”며 참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미국이 먼저 시작한 만큼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오직 미국”이라며 일단 미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뜻도 비쳤다. NYT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무기 소진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차원에서 ‘통제된 전투’만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니예와 하메네이의 만남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 발발 후 하니예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는 수차례 만났으나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권 전체의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 4개국 외교장관은 4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블링컨 장관과 회동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다만 미국은 아랍권의 ‘즉각 휴전’ 요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전쟁 범죄 등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네타냐후 총리)는 더 이상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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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